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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20대, 우리가 독립을 준비해야하는 이유

by YUZI. 2020. 5. 2.

20대, 우리가 독립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


나는 올해로 스물세 살, 한창 활발한 청년이자 군인이다.

군에 대한 불만은 참 많지만 입대 자체에 대한 불만은 없다. 어차피 여기 있는 사람들 다 같이 징집돼서 온거니까. 전역을 네 달 가량 남겨둔 지금, 문득 나가서 어떻게 살 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입대 전, 후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에 대한 고민은 수도 없이 해왔지만 지금까지는 ‘내 인생의 철학을 어떻게 정립하느냐’라는 라는 물음이었다면 이번에는 명확한 내 미래에 대한 고민이자 ‘어떻게 벌어먹고 살 지’라는 실질적인 고민이다.
전역하면 진정한 인생의 실전에 들어서는 것이라고 평소 많이 듣고 생각은 했다. 학점 관리, 자격증 취득, 아르바이트와 대외활동에 해외 유학까지 바쁘고 고된 몇 년이 되겠지만 한편으론 설렌다. 내가 하고 싶은 공부와 생산적인 활동을 원하는 때까지 내 의지로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몇 가지 계획과 준비할 것들을 정리하다 보니 대학 등록금부터 유학까지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대학 한 학기 등록금이 300만 원에서 600만 원까지 웃도는데다가 용돈, 문화생활, 유학자금까지 몇 가지 키워드가 파생되고 또 파생되어 그에 따른 예상 지출은 내 마음의 짐과 함께 점점 불어났다. 하지만 많은 비용보다 내가 더욱 놀랐던 것은, 자연스럽게 이 지출이 부모님으로부터 이뤄질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했던 거다.

사실 이때까지도 부모님께 받는 모든 것들이 당연하게 느껴졌다.

용돈, 통신비, 교통비, 먹을 것, 집안일까지 성인이 되고도 아르바이트 한 두 달 해보고 대학 등록금을 비롯한 나머지 모두를 부모님의 여러 지원과 용돈으로 충당했으니 돌이켜보면 과했다 싶은 것도 있다. 물론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적은 힘을 들여서 생활하는 것은 지금의 나에겐 큰 이점이 된다. 외부의 방해도 적을거고 공부하다가 밥때가 되면 부모님이 차려 주신 밥을 먹거나 부모님 카드로 끼니를 해결하면 된다. 근데 군대에서는 내 월급으로 적금 들고 BX에서 간식도 사 먹고 그래도 남은 돈은 저축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돈의 소중함을 깨달은걸까. 이제는 부모님이 나를 위해 지출하거나 나로 인한 부담을 가지게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크게 든다. 부모님께 의지하고 싶다는 내 습관적이고 어린 마음과 이제는 나 스스로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 비스무리한 성숙한 마음이 며칠간 대치하는동안 내 머릿속에서는 그저 ‘어떡하지’라며 답을 내지 못해 내 미래와 부모님에 대한 죄송한(할 예정인) 마음은 한동안 자다가도 떠오를 만큼 떨치지 못했다.

그러다 떠오른 게 ‘경제적 독립’이다.
앞으로 나갈 돈이 그렇게 많다면서 무슨 경제적 독립이냐고? 음... 그렇긴 하다. 사실 당장 완전한 경제적 독립을 하겠다는 건 아니고 ‘어느 정도 성인으로서 양심을 갖추고 살자’ 이 말이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언제까지나 부모님 품에 안겨 캥거루족처럼 살 수는 없다. 지금 돈 많이 벌고 잘 나간다 해도 부모님의 수입활동은 자의로 혹은 타의로 언젠가 끝난다. 그리고 부모님도 이제 부모로서의 삶이 아닌 개인과 부부의 삶을 살아갈 때라고 생각한다. 이십몇 년간 자식 뒷 바라지하랴 짜증 받아주랴 예민한 내 성격에 많이 시달리셨을 테니...ㅋㅋ

내가 단지 부모님에 대한 마음만으로 독립하려는 것은 아니다.

독립을 통해 제대로 된 경제관념을 갖출 것이고 경제적 독립을 통해 완전한 정신적 독립을 이룰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입에 도움되는 교육만 중요하게 생각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외국에 비해 경제 교육이 많이 부실하다고 느낀다. 내 또래만 봐도 아직까지 공인인증서가 뭔지 인터넷 뱅킹은 어떻게 하는지 심지어 무통장 입금을 못 하는 친구들도 있다. 경제 교육이 부모 영역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돈이란게 사람의 먹고사는 수단인데 국가에서 정식 교육과정으로 넣지 않는게 참 이상하다.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서양 문화에서는 어릴 때부터 자녀의 자립심을 키우고 돈의 가치를 알려주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직접 땀 흘려 일하게 한다. 그런 사회에서 자란 아이들은 자라서 책임을 가지고 직접 돈을 번다. 또한 부모들도 자녀가 성인이 되면 집에서 나와 독립하는 것을 당연하게 느끼는 문화다. 서구 자녀 양육 철학이 이러니 서양의 아르바이트 시스템도 세분화되어 체계가 잘 구축되어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문화가 잘 정착되고 아이들에게 경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가르쳐 줄 수 있다면 사회 전반에 좋은 영향을 가져오지 않을까?

성인이 되고 책임의 무게를 하나씩 경험해보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특히 경제적인 면은 현실적으로 더욱 처참하게 다가올 수 있다. 독립에는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 독립 세 가지가 있는데 육체적 독립은 친구와 나가 노는 것으로 시작해 부모로부터의 분가로 보이고 정신적 독립은 친구와 전화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느라 방 문을 닫아 두는 것으로 시작해 문제 해결을 위해 오로지 부모만을 찾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들을 스스로 잘 활용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앞의 두 가지는 우리가 유년기부터 천천히 자신도 모르게 길러진 것이며 경제적 독립은 20대가 곧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요즘 캥거루족이 30~40대로도 확대됐다는 기사를 봤다. 시간보다 더욱 빠르게 급변하는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에 대한 대가는 꽤 크다. 나는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라는 말을 세분화하여 ‘사람의 마음에는 때가 있다.’라고 말하고 싶다. 30~40대가 캥거루족으로 남는다는건 내가 받아들이긴 어렵다. 아니, 어쩌면 집단, 가족중심적 사고가 중시되는 한국 사회가 낳은 모순이라면 이해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들에게 부모와의 동거는 불가분하며 필수불가결적인 중요한 끈으로, 마치 다 큰 아이가 탯줄을 아직도 달고 있는, 나에게는 그런 느낌이다.

사회의 문제도 있다.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는 혼인이 빨랐기에 일평생동안 당장 가족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으니 자연스럽게 가족중심적 사회로 이어지게 됐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문화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현대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지금이야 우리나라에서도 개인플레이를 존중해주는 모습이 보이며 융화되고 있지만 좋은 직장을 가지고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무조건 좋은 학교에 가야만 한다는 괴상한 학벌주의와 제 3자에 의해 원치 않게 남과 비교당하는, 그리고 실제로 그런 것을 당해 생긴 피해의식으로 보이지 않는 상대를 만들어 자신의 부족한 점을 끊임없이 생각하거나 항상 행복해 보이는 소셜미디어의 그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결국 자신은 완벽하지 않기에 이 사회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결론으로 생각의 굴레에 빠져 캥거루족이 만들어지는데 가장 큰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세상에 나를 드러낼 때 완벽을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아직 어른들만큼 큰 세상을 경험해보진 못했지만 내 잘난 점과 못난 점을 계속 알아가고 있다. 사실 내 장점을 키워가기도 바빠서 더 이상 머리 싸매고 단점을 굳이 찾지도 않는다. 나의 단점을 아는 건 매 상황에 세심하게 고민하고 주의하도록 도움을 주지만 깊게 생각하면 빠져나올 수 없는 생각의 늪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으며 주위에 완벽한 사람들만 있을 것 같은 이 세상에서 내가 뭐가 잘났는지에 중점을 두고 그 능력에 집중한다면 당시엔 심각한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게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캥거루족이 늘어나는 현상이 오로지 그들만의 문제라고 치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시작할 시간은 지금도 쉬지 않고 각자의 앞을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그들 중 시작할 마음이 없는 이들도 있을 것이며 용기가 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습관이 버릇이 되었고 버릇이 그들 인생 자체가 되었기에 결코 쉽진 않을 테지만 자신의 마음에 때가 왔을 때 용기 내서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길 바라본다.

자, 다시 원래 내용으로 돌아가 보자


나도 부모님께 경제 교육을 받았다. 부모님 옆에서 저축의 중요성에 대해 꾸준히 보고 배웠다. 부모님은 저축을 꽤 많이 하시는 편이었어서 세벳돈과 내 이름으로 들어오는 돈이 있으면 내 통장에 꾸준히 넣어주셨다. 20년이 지난 지금 그 통장엔 꽤 많은 돈이 쌓였고 입대 전에는 그 돈으로 여행을 다니곤 했다. 하지만 사실은 소중히 모은 큰 돈일지라도 아직도 난 그 돈에 별로 감흥이 없다. 아마 내가 직접 땀 흘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모인 돈이라 그렇게 느끼는 것이라고 난 생각하고 있다. 반대로 입대 전 휴학하고 1달 조금 넘게 아르바이트로 200만 원을벌었던 때가 있었다. 그 돈은 입대 전까지 내 생활비로 썼지만 내 평생 가장 소중했던 (직접 땀 흘리고 남의 돈을 힘들게 일해서 얻은) 돈이었기에 두고두고 쓰다가 남는 돈은 저축 통장에 넣어 두고 왔다. 이런 경험으로 또 하나 느꼈던 건 어머니 아버지는 힘들게 번 돈을 쪼개어 나를 위해 이십 년 넘게 쓰셨다는 거였다. 나는 점진적인 경제적인 독립을 통해 일차적으로는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드리면서 올바른 내 경제관념을 가질것이며 이러한 기반으로 완전한 정신적 독립을 이루고 싶다.

그럼 내가 전역하고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솔직히 20대 초에 큰 지출을 꼽자면 대학 등록금이 빠질 수 없다. 복학하게 되면 나머지 학기들은 무조건 장학금 받는다는 생각으로 학기에 임할 것이다. 사실 가장 학생의 본분에 맞고 쉬우며 대학생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효도다. 나는 1학년만 마치고 휴학한 상태인데 나는 1학년 등록금 중 보고서로 받은 장학금 10만원을 빼고 나머지는 꽉꽉 다 채워서 냈다...우리학교는 장학제도가 그나마 잘 돼있는 편이니 열심히 노력해 남은 학기는 꼭 장학금 받고 공부할 것이다.

다음은 대학생들이 많이 하는 아르바이트(알바)다. 우리나라도 서양만큼은 아니더라도 알*몬과 같은 사이트를 통해 알바를 구할 수 있다. 여기선 편의점부터 과외, 택배 상하차까지 세상에는 수만 가지 알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알바와 학업을 병행 하는건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정말 쉽지 않다고 한다. 반대로, 알바를 통해 용돈을 벌고 자기가 일 한 시간만큼 공부를 못했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집 주변에서 알바를 구해 주말에 잠깐 일 해서 용돈 벌 생각이다.


이런 것들을 통해 부모님으로부터 받던 용돈도 내가 직접 벌고 통신비, 문화생활, 교통비 등등을 내가 직접 해결해보려한다. 물론 중간에 예상치 못한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자식 어려운거 못 본다고 부모님은 도와주려 하실 수도 있다. 그래도 이왕에 마음먹은거 꿋꿋하게 이겨내 내가 꾸준히 아끼고 벌이가 늘어나면 독립도 하겠지. 앞으로 펼쳐질 내 삶을 위해 더욱 적극적이고 나의 장점을 살리며 살아보자!
뽜이팅이다 유지!



내가 좋아하는 부그로의 [죽음앞의 평등]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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